예전에는 전망대라 하면 단단한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 바람을 맞는 고즈넉함이 전부였지요. 참으로 멋스러운 시절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은 바닥을 온통 유리로 만들어 허공을 걷는 착각을 주어야만 만족을 하는 모양입니다. 춘천의 푸른 물결 위에 길게 뻗은 이 구조물 역시 그러한 유행을 따르고 있습니다. 과거의 묵직한 멋을 아는 처지에서는 가볍게 느껴지지만 시대의 흐름이니 아주 긍정적인 눈길로 바라보아 주기로 합니다. ^^
이 구조물에서 눈길을 끄는 특수 강화유리 구간은 구조적 완성도면에서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삼중으로 겹쳐진 두꺼운 유리판은 아래로 흐르는 춘천의 강물을 정직하게 투영합니다. 간혹 다른 시설들을 가보면 유리에 흠집이 가득해 아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조잡한 상태가 많은데 이곳은 덧신을 신게 하는 규칙 덕분인지 관리 상태가 훌륭합니다. 객관적으로 성실함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군요. 너무 투명해 심약한 이들에게는 스트레스겠지만 이 정도 긴장감도 없다면 찾아올 이유가 없겠지요. ^^
바닥을 걸을 때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은 걷는 이의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입니다. 견고한 철골 설계로 무너질 염려가 없음을 알면서도 발바닥의 서늘함에 몸을 움츠리게 됩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가볍게 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양이지만 진정한 감상가라면 침묵 속에서 이 공학적 설계와 자연의 대조를 음미해야 마땅합니다. 발밑의 물결이 유리를 거쳐 어떻게 왜곡되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잘 흘러갑니다.
거대한 건축물들에 비하면 규모는 다소 소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춘천의 고요한 호수 분위기와 투명한 바닥의 조화는 크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을 만듭니다. 가벼운 발걸음보다는 구조물이 물 위에 얹혀 있는 방식과 경관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지는 태도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옛 시절의 정취는 없더라도 현대 공법이 주는 묘한 부유감을 진지하게 평가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